‘패션왕’은 기안84 작가가 2011년부터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한 학원 청춘 웹툰으로, 찌질하고 존재감 없던 한 고등학생이 ‘패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찾으려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사회와 학교에서 보이는 위선, 계급 의식, 집단심리 등 날카로운 사회 풍자와 현실적 묘사로 1020세대의 큰 공감을 얻었으며, 2014년에는 주연 배우 주원, 최진리(설리) 출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원작 웹툰의 메시지, 영상화 과정, 그리고 콘텐츠가 끼친 사회적 의미에 대해 분석합니다.
존재감 없는 학생의 반란, 웹툰의 기획력 (웹툰)
‘패션왕’의 주인공 우기명은 외모도 평범하고 성격도 소심한 전형적인 '투명인간' 고등학생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패션’이라는 무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인기를 얻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되고, 이를 계기로 점점 변화해 나가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기안84 작가는 현실 고등학생들의 고민을 특유의 날 것 같은 연출과 대사로 표현하며, 자존감, 외모 지상주의, 소외감, 위계 구조 같은 문제들을 무겁지 않게 풀어냅니다. 특히 한국 고등학교의 집단 문화와 또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 경쟁, 위선 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독자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기안84 특유의 투박한 그림체와 디테일하지 않은 작화는 오히려 '현실성'과 '재미'라는 장점으로 작용했고, 이를 통해 독자와의 거리감을 좁혔습니다. 총 177화로 완결된 이 웹툰은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들의 성장과 감정 변화를 통해 단순한 코믹물이 아닌 청춘 성장 드라마로 확장되었습니다.
영화화: 청춘의 욕망을 스크린에 담다 (청춘 성장)
웹툰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2014년 영화화된 ‘패션왕’은 주원, 설리, 안재현, 김성오 등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며 청춘 코미디 장르로 재구성되었습니다. 감독은 ‘피끓는 청춘’의 오기환 감독이 맡았고, 원작의 주요 설정은 유지하되 영화적 드라마와 러브라인을 강화해 대중성을 높였습니다. 영화에서의 우기명은 웹툰보다 약간 더 이상적이고 성장이 빠르게 그려졌으며, 극적인 전개가 강조되었습니다. 웹툰의 개그 코드와 설정이 일부 희석된 대신, ‘패션’이라는 키워드를 통한 자기 표현과 성장이라는 테마에 더 집중했습니다. 다만 영화는 웹툰과 달리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원작의 날 것 같은 분위기와 현실적인 캐릭터가 약화되었다는 평도 있었고, 반대로 좀 더 세련된 청춘물로 완성되었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이는 웹툰의 진한 풍자와 개성을 영상화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당시 웹툰 기반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영상화되기 시작하던 시기의 중요한 실험이었으며, 웹툰 IP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10대 감성 저격, 웹툰 IP의 대중화 사례 (영화화)
‘패션왕’은 단순한 고등학교 코미디물이 아닌, 웹툰 IP가 어떻게 대중 문화와 맞물려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 사례입니다. 특히 10대와 20대 초반 독자층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산된 이 콘텐츠는 웹툰 시장의 성장과 트렌드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첫째, 청춘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 서사는 동시대 독자들의 감정을 대변했습니다. 주인공이 인기 있고 싶다는 욕망, 주목받고 싶은 갈망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테마였고, 이를 ‘패션’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것이 신선했습니다. 둘째, 작가의 개성과 스토리 기획력이 대중성으로 연결된 사례입니다. 기안84는 비전형적 연출,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 현실 기반의 블랙코미디를 통해 독특한 콘텐츠 세계를 구축했고, 이는 드라마나 영화처럼 구조가 명확한 장르로도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셋째, 웹툰 기반 콘텐츠의 영상화 실험 초기 사례로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비록 완벽한 흥행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패션왕’은 이후 더 많은 웹툰 IP가 영화, 드라마, 예능 등으로 확장되는 데 있어 교두보 역할을 했습니다.
‘패션왕’은 단순한 유머 중심의 학원물이 아닌, 청춘의 자기 정체성과 사회적 욕망을 현실감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웹툰의 기획력과 독창성, 그리고 이를 스크린으로 확장하려는 시도 모두가 하나의 콘텐츠가 어떻게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웹툰 원작 드라마와 영화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패션왕’은 분명 의미 있는 출발점이었습니다. 웹툰 IP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며, 그 잠재력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