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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걸 (웹툰, 정체성, 넷플릭스)

by LSE_issue 2025. 7. 25.

마스크걸 포스터

매미 작가의 웹툰 『마스크걸』은 화장과 가면 뒤에 숨은 여성의 욕망과 상처, 그리고 사회가 강요하는 '외모'의 프레임을 정면으로 다룬 문제작입니다. 2023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영상화되며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정체성, 복수, 사회비판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웹툰과 드라마 모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글에서는 원작 웹툰의 구조, 영상화 과정, 그리고 콘텐츠가 품은 사회적 함의를 분석합니다.

원작 웹툰의 전개 방식과 충격 요소 (웹툰)

『마스크걸』은 주인공 김모미가 외모 콤플렉스와 사회적 소외감 속에서 살아가다, 야간에는 가면을 쓰고 BJ로 활동하게 되는 이중생활에서 시작됩니다. 작품은 총 3부로 구성되며, 주인공 김모미를 비롯한 세 여성의 삶을 차례로 조명합니다: 김모미, 김미모, 주오남. 세 인물은 모두 여성으로서 사회로부터 규정당하고, 상처받고,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매미 작가는 캐릭터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들며, 사회적 시선과 내면의 자아 사이에서 괴리감을 겪는 인간의 모습을 치밀하게 묘사합니다. 특히 "예쁜 여자는 살고 못생긴 여자는 죽는다"는 극단적 메시지는 외모 중심 사회에 대한 풍자와 동시에 독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웹툰의 전개는 단순하지 않고, 반전과 비극이 반복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예측이 불가능한 스토리 흐름이 독자의 몰입을 높입니다. 폭력, 죽음, 혐오, 욕망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되면서도, 그것이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질문하게 만드는 구조로 완성됩니다.

넷플릭스 영상화: 캐릭터와 서사의 입체화 (정체성)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마스크걸』은 웹툰의 설정과 구조를 비교적 충실하게 따라가되, 캐릭터의 감정선과 시대적 배경을 영상에 맞게 세밀하게 확장했습니다. 주인공 김모미 역에는 배우 고현정, 나나, 이한별이 각각 다른 시기의 모미를 연기하며, 하나의 인물을 세 사람으로 표현하는 독창적 캐스팅 방식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드라마는 웹툰보다 더 현실적인 톤을 지향하면서도, 원작의 비극성과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구현해냅니다. 시대 변화(2000년대 초중반 → 현재)와 공간 변화, 영상미, 음악 등을 활용해 주인공의 감정과 혼란을 섬세하게 전달합니다. 또한 드라마에서는 ‘정체성의 분열’과 ‘존재의 위기’를 핵심 주제로 부각시킵니다. 김모미는 외모 때문에 무시받지만, 가면 속에서는 자유롭습니다. 그러나 가면의 자유는 곧 또 다른 가면의 억압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녀는 세상 앞에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뿐 아니라, 모든 비주류 집단이 겪는 정체성 위기의 은유로 해석되며, 드라마의 강력한 주제의식으로 작동합니다.

복수, 혐오, 그리고 사회적 공포의 시선 (넷플릭스)

‘마스크걸’은 단순한 스릴러나 복수극이 아닙니다. 작품은 복수와 폭력의 연쇄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쉽게 타인을 규정하고 파괴하는가를 보여줍니다. 첫째, 외모지상주의와 여성혐오의 총체입니다. 김모미가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이유는 오직 외모이며, BJ 활동을 하게 된 것도 외모로부터 도망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가면을 써도 시선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한 폭력을 동반하게 됩니다. 둘째, 인터넷 문화와 군중심리의 잔혹함입니다. 영상화에서는 디지털 공간 속 욕망과 혐오가 실시간으로 소비되고,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하는 SNS 집단 반응의 위력이 적나라하게 표현됩니다. 이는 웹툰보다 더욱 현대적인 메시지를 강화하며, 콘텐츠를 보는 이들에게 불편한 거울을 들이댑니다. 셋째, ‘나도 피해자였다’는 고백의 역설입니다. 김모미, 김미모, 주오남 모두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입니다. 이 복잡한 구도는 선악의 이분법을 부정하고, 인간 본성과 사회 시스템이 얽히며 무고한 사람이 괴물이 되는 과정을 날것 그대로 보여줍니다.

‘마스크걸’은 단순한 여성 중심 서사도, 자극적인 범죄물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외모, 정체성, 그리고 존재의 불안을 바탕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마주한 가장 날카로운 문제들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웹툰 기반 콘텐츠입니다. 웹툰은 내면의 절규를 텍스트로 담아냈고, 넷플릭스 드라마는 그 절규를 시청자의 귀와 눈에 생생히 전달했습니다. 이 작품은 웹툰 영상화가 가능성을 넘어서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